| 서명숙 별세 |
올레 신드롬을 일으키며 대한민국 관광의 패러다임을 느림과 성찰로 전환했던 서명숙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이 향년 68세로 영면에 들었습니다. 고인은 단순히 길을 만든 설계자를 넘어, 자동차에 빼앗겼던 길을 사람의 발걸음으로 되찾아준 문화 혁명가였습니다. 번아웃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놀멍 쉬멍 걸으멍이라는 제주 정신을 설파하며 길 위의 치유를 몸소 증명했던 그의 삶은 이제 그가 남긴 437km의 길 위에 영원한 이정표로 남게 됐습니다.
1. 서명숙 별세 소식과 암 투병 끝 영면
7일 사단법인 제주올레와 유족 측에 따르면 서명숙 이사장은 이날 오전 암 투병 끝에 별세했습니다. 고인은 약 10년 전 위암 판정을 받았으나 부지런히 길을 걸으며 완치 판정을 받는 등 걷기의 치유력을 몸소 증명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암세포가 폐로 전이되면서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었고, 마지막까지 고향 제주의 길을 그리워하다 평온하게 눈을 감았습니다. 그의 별세 소식에 제주도민은 물론 전국의 올레꾼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 언론인 서명숙: 여성 정치부 기자 1세대의 발자취
길을 내는 사람이 되기 전, 서명숙은 언론계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던 베테랑 기자였습니다. 1957년 제주 서귀포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약 23년간 언론계에 몸담았습니다. 시사저널 최초의 여성 편집장과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을 역임하며 여성 정치부 기자 1세대로서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를 비판하던 그는 격무로 인한 심신 소진(번아웃)을 겪으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3. 산티아고에서 얻은 영감: 제주올레의 시작
2006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의 삶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800km의 길을 걸으며 육체적 고통 너머의 정신적 치유를 경험한 그는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길이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고향 제주의 아름다운 해안선과 돌담길, 중산간 오름을 잇는 길을 만들겠다는 결심으로 귀국한 그는 2007년 9월, 서귀포시 시흥리에서 광치기 해변을 잇는 제주올레 제1코스를 개장하며 대한민국 걷기 여행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4. 437km의 대장정: 제주 전역을 잇는 치유의 선
서 이사장은 2007년 첫 코스를 시작으로 2022년 추자도 18-2코스를 완성하기까지 총 27개 코스, 437km의 도보 여행길을 구축했습니다. 제주올레는 단순히 길을 연결한 것이 아니라, 끊겼던 마을과 마을을 잇고 잊혀졌던 옛길을 복원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는 길을 내며 "자동차는 갈 수 없지만 사람은 갈 수 있는 길"을 고집했습니다. 덕분에 여행자들은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5. 1조 2000억 원의 파급 효과: 지역 경제를 살린 길
제주올레는 단순한 문화 현상을 넘어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습니다. 제주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제주올레는 매년 약 1조 200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일으키며 침체되었던 제주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누적 방문객은 13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연간 4500명 이상의 완주자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올레 스테이와 무릉외갓집 등 로컬 푸드 비즈니스는 지역 상생 모델의 표본이 되었습니다.
6. 글로벌 브랜드가 된 올레: 규슈에서 몽골까지
서명숙 이사장의 혜안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제주올레의 성공 모델은 일본으로 수출되어 규슈올레와 미야기올레가 탄생했고, 몽골에는 몽골올레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한국의 걷기 문화가 세계적인 관광 콘텐츠로 인정받은 사례입니다. 고인은 전 세계의 길을 걷는 사람들과 연대하며 월드 트레일즈 컨퍼런스를 주최하는 등 걷기 여행의 가치를 글로벌 네트워크로 확장시키는 데 앞장섰습니다.
7. 서명숙의 저서와 철학: 『영초언니』와 성찰의 기록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했던 고인은 『영초언니』, 『흡연 여성 잔혹사』, 『식탐』 등 다수의 저서를 통해 우리 사회의 단면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그의 철학이 집약된 단어는 치유였습니다. 그는 "올레길은 나 자신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운 행복한 종합병원"이라고 말하며, 길 위에서 만나는 자연과 사람이 현대인의 병든 마음을 고쳐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안은주 대표에게 남긴 "올레길에서 행복하라"는 유언은 그의 철학이 담긴 마지막 선물과도 같습니다.
8. 남겨진 과제와 영결식 안내
서명숙 이사장의 별세는 한국 걷기 문화를 이끌어온 1세대 혁신가의 시대가 저물었음을 의미합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그가 남긴 437km의 길을 어떻게 보존하고, 느림과 성찰이라는 본연의 가치를 상업화와 개발 논리로부터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라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고인의 영결식은 오는 10일 오전 9시, 고인이 어린 시절 뛰어놀던 제주올레 6코스의 서복공원 잔디광장에서 엄수됩니다. 대한민국을 걷게 만들었던 그의 발걸음은 멈췄지만, 그가 낸 길은 영원히 우리 곁에 흐를 것입니다.
🌿 故 서명숙 이사장 영결식 일정
- 별세: 2026년 4월 7일 (암 투병 끝 영면)
- 빈소: 서귀포의료원 장례식장
- 발인: 2026년 4월 10일 오전 8시 30분
- 영결식: 2026년 4월 10일 오전 9시 (제주 서귀포 서복공원 잔디광장)
- 장지: 서귀포시 상효동 선영
9. 자주 묻는 질문 (Q&A)
제주올레의 어머니, 故 서명숙 이사장과 올레길에 대해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Q1. 서명숙 이사장이 제주올레를 만들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A1. 23년간의 치열한 기자 생활로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 떠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그곳에서 길을 걸으며 얻은 평화와 치유를 고향 제주에도 구현하여, 자신과 같은 번아웃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Q2. 고인이 평소 강조했던 놀멍 쉬멍 걸으멍은 무슨 뜻인가요?
A2. 제주 방언으로 놀면서 쉬면서 걸으면서라는 뜻입니다. 목적지까지 빠르게 도착하는 결과 중심의 관광이 아니라, 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과 사람을 즐기며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 중심의 도보 여행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Q3. 서명숙 이사장 별세 이후 제주올레 운영은 어떻게 되나요?
A3. 현재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안은주 대표를 중심으로 전문적인 운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생전 고인이 다져놓은 마을 중심, 자연 보호, 공존의 가치를 계승하며 437km의 길을 유지·보수하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Q4. 고인의 저서 중 일반 독자들에게 가장 추천할 만한 책은 무엇인가요?
A4. 1970년대 학생운동가 천영초와의 우정과 시대를 기록한 『영초언니』를 가장 추천합니다. 고인의 날카로운 기자 정신과 따뜻한 인간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또한 올레길 탄생 비화를 담은 『꼬메 가 이 꼬메(걸으며 먹으며)』도 올레꾼들에게 필독서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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